크름(크림)대교 폭발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보복’을 공언하고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독일 양국 정상이 “핵무기 위협은 무책임하다(irresponsible)”며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경제 지원을 계속하는 한편 유럽을 덮친 에너지 위기 해소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및 독일 정부 성명에 따르면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전화 통화를 갖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사회 주요 현안에 관해 논의했다. 통화는 거의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통화 후 독일 정부가 내놓은 성명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크레믈궁의 핵 위협이 대단히 무책임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그러한 조치(핵 위협)가 러시아에 예외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영토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점을 가리켜 “인류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60년 만에 ‘아마겟돈’(인류의 절멸로 이어질 수 있는 최후의 전쟁)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한 바 있다. 쿠바 위기란 1962년 소련(현 러시아)이 쿠바에 미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핵미사일의 배치를 시도하다가 미·소 양국이 거의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사건을 뜻한다.
두 정상은 또 최근 푸틴이 내린 예비군 부분 동원령은 “심각한 실수(serious mistake)”라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부족한 병력 보충을 위해 예비군 징집에 나선 현실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푸틴이 저지른 판단 착오 탓에 러시아 국민들이 쓰디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으로 가중된 에너지 위기 해소 방안에 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외부 공격으로 파손되고 러시아가 “서방 국가의 소행”이라며 책임을 미국 등에 떠미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서도 의견을 나눴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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