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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노후 철도에 신호 오류… 열차 충돌로 최소 275명 사망


인도 동부에서 열차 3대가 연쇄 충돌해 최소 275명이 숨지고 1100여 명이 다쳤다. 인도에서는 노후한 철도 인프라와 안전 관리 부실 탓에 열차 사고가 잦은 편이지만 이번 사고는 21세기 들어 이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열차 참사라는 말이 나온다.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일 오후 7시경(현지 시간) 인도 동북부 샬리마르에서 남부 첸나이를 향해 시속 130km로 달리던 여객열차가 같은 철로에 주차돼 있던 화물열차에 부딪히며 1차 충돌이 일어났다. 충돌의 여파로 여객열차에서 객차 10∼12량이 탈선하면서 반대편에서 오던 또 다른 여객열차와 2차로 충돌했다. 두 차례 충돌로 객차 총 17량이 탈선했다.

사고가 발생한 오디샤주는 이 사고로 4일 기준 사망자 수는 275명, 부상자 수는 11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아직 수백 명이 종잇장처럼 구겨진 객차 안에 갇혀 있는 데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철로 신호 오류로 알려졌다. 해당 철도 노선을 운영하는 인도 남동부철도는 “1차 충돌한 여객열차가 잘못 나간 신호를 보고 화물열차가 주차된 선로로 진입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고 구간에 열차 충돌 방지 시스템 ‘카바치(Kavach·방패)’가 설치되지 않는 등 노후한 철도 인프라를 지적했다.

낙후된 철도 인프라 정비에 소극적인 인도 정부가 참변을 불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사고가 난 노선들에는 열차 충돌 방지 시스템 카바치가 설치돼 있지 않다고 인도철도공사가 3일 밝혔다. 2011년 개발된 카바치는 같은 노선에서 일정 거리 안에 있는 다른 열차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승무원에게 알린 뒤 브레이크를 가동해 열차를 멈춘다.

지난해 인도 정부는 카바치를 총연장 3000km 구간에 설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설치된 구간은 1445km뿐이었다. 인도는 철도 총연장 6만8000km가 넘는 세계 4위 철도 대국이지만 노선 98%는 영국 식민지 시절인 1870∼1930년에 깔아 노후됐다. 카바치가 설치된 노선도 전체의 약 5%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인도 정부 예산 중 철도 분야에 2조4000억 루피(약 38조364억 원)가 배정됐다. 그러나 철도 인프라 현대화보다는 고속철도를 비롯한 신규 노선 개통과 기존 노선 확충에 집중됐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속철도 신설에 힘을 쏟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철도공사 전직 고위 관계자는 3일 인도 NDTV에 나와 “카바치는 기차 사고를 막는 가장 저렴한 방법에 속한다”며 시스템 개선에 뜻이 없는 모디 정권을 겨냥했다.

이번 사고는 1995년 뉴델리 인근에서 열차 두 대가 충돌해 358명이 숨진 열차 사고 이후 최악의 사고로 평가된다. 인도에서는 철도가 일평균 1200만 명을 실어 나르는 주요 장거리 이동수단이지만 열차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1∼2021년 인도에서는 열차 탈선 사고가 연평균 약 50건 발생했다.

모디 총리는 사고 이튿날 현장을 찾은 뒤 인근 병원 여러 곳에서 치료받고 있는 부상자들을 위로했다. 그는 “사고 책임자들을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여러 정상은 애도를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한국을 대표해 희생자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올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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