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밀 수출의 약 4분의 1을 담당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 간 전쟁이 10개월을 넘기면서 전 세계 식량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협정을 체결하고도 사실상 우크라이나발 곡물 수출량 대부분을 차단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전 우크라이나는 월평균 500만∼700만t의 곡물·기름종자를 수출했지만, 전쟁 발발 후인 3∼11월 수출량은 월평균 350만t으로 줄어든 상태다.
개전 후 전 세계 식량 가격 급등 우려가 고조되자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협정이 체결됐고 러시아 측은 일부 선박의 운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화물 검사를 이유로 운항을 방해하는 등 우크라이나에서 나오는 곡물 선적 대부분을 여전히 차단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정상 가동되는 소수의 우크라이나 항구에서도 러시아군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주기적으로 공격해 곡물 수출터미널 운영이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다.
또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저장 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정밀 타격하거나 밀 가공공장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안으로 곡물을 철도·육로를 통해 동유럽으로 나르거나 다뉴브강을 통해 운송하고 있지만, 이 역시 러시아의 공격으로 여의치 않고 운임도 올라가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농업 종사자 다수가 피난을 가거나 참전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졌고, 화학비료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전쟁으로 급등하면서 비료 수급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유엔과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극심한 식량안보 불안 위험으로 고통받거나 위험에 직면한 전 세계 인구가 3억4천5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확산과 공급망 혼란, 주요 국물 생산국인 아르헨티나·미국 등의 가뭄,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달러화 강세 등의 요인도 고려해야겠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식량수급 불안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예멘 등의 식량 위기 우려가 나오고, 이집트·레바논 등 주요 식량 수입국은 수입 대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현 상황을 구소련 시기인 1932∼1933년 자국민 수백만 명이 죽어간 대기근 '홀로도모르'와 비교하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서맨사 파워 처장은 "러시아는 세계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전 세계 빈민들을 공격했다. 또 사람들이 이미 기아 직전에 있던 상황에서 세계적인 굶주림을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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