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미국과 중국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미국과의 '연대'를 더 공고화하려는 가운데 중국은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 지원으로 정권 교체 의지를 다지고 있어서다.
중국은 지난 2월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 방중을 계기로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그가 쑹타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주임과 왕후닝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별도로 만나도록 함으로써 국민당을 사실상 대만의 대화 파트너로 공식화했다. 지난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대화를 거부해온 중국이 '새판짜기'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샤 부주석이 이끄는 국민당 대표단과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92공식'을 인정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1992년 중국과 대만이 이룬 공통 인식이란 뜻인 '92공식'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것으로, 차이 총통과 민진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한 발 더 나가 이번엔 마잉주 전 총통을 초청했다.
마 전 총통이 학생 대표단을 이끌고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중국을 방문하도록 한 것이다. 전·현직 총통으로선 처음이다. 창사, 충칭, 상하이 등을 방문해 조상 묘를 찾고 대만과 중국 학생 간 교류를 한다는 명분이다.
마 전 총통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집권한 시기에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최상의 화해 무드였고, 그가 친중 인사라는 점에 비춰 중국의 노림수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차이 총통과 민진당을 대만 독립을 시도하는 분리주의 세력으로 규정한 중국은 그렇지 않은 국민당과 협력해 대만의 정권 교체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내년 1월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승리가 어렵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실제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군이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한 데 이어 대만해협에서 무력시위를 하던 와중인 작년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참패한 바 있다.
최근 여론 조사도 중국에 나쁘지 않다.
대만 민주문화교육재단이 지난 1일 실시한 조사를 보면 대만인의 61.1%가 미국·중국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22.8%만 '친미 반중' 입장이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해 여러 채널을 통해 대만의 독립 시도엔 단호히 반대하지만,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강조한다. '화전 양면' 공세인 셈이다. 중국은 60개 품목 이상에 적용했던 대만산 식품 금수 조치를 작년 12월 철회했으며, 대만의 진먼다오·마쭈다오와 중국의 푸젠성을 잇는 페리 운항을 본격화하면서 양안 교류에 적극적이다.
이에 대만 민진당 정부는 중국 '본색'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 강화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의 협력으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공동 대처하는 한편 미국산 무기 구입 가속화, 경제·무역 협력 확대, 국제기구 참여 확대 등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과 구리슝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의 방미를 통해 미국과 고위급 안보 회담을 개최했다. 차이 총통도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미 지역의 우방국 순방 길에 미국을 경유하고 귀국 길에 다시 미국 캘리포니아를 찾을 계획이다.
대만은 물론 미국도 이를 통해 차이 총통이 미 행정부와 의회의 주요 인사를 만나 미국의 대만 방어 의지를 재확인하는 걸 바라고 있다.
중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대중 대만 내에서 '반중 결속'을 끌어내려는 심산인 듯하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미국을 겨냥한 경고음을 낸 바 있다. 친강 외교부장은 지난 7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만약 미국 측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중략) 필연적으로 충돌과 대항에 빠져들 것"이라고 거칠게 반발했다.
이를 두고 대만 내에선 민진당 정부가 총통 선거의 '중국 바람'에 맞서 미국 카드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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