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반정부·의회 시위와 각료 사퇴로 궁지에 몰린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사임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수도 리마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의 '사의 요구'에 대해 "의회가 조기 선거 결정을 할 때까지 확고히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루 시골 지역에는 거의 반세기 만에 최악의 가뭄이라는 사안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며 "(내가 물러나면)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며, 나라를 더 깊은 혼란에 빠뜨릴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전날 헌법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의회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앞서 페루 의회는 애초 2026년에 치러질 예정인 대선과 총선을 내년 12월로 2년 앞당길 수 있는 개헌안을 부결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페루 국민 80% 이상이 국가 안정을 위해 조기 선거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의원들에게 기존 입장을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7일 의회로부터 탄핵당한 뒤 구금된 카스티요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눈먼 사람이 되지 말라'는 문구를 언급하며 "국민들을 보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에 따라 행동하길 바란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교육부 장관과 문화부 장관 등 각료 사퇴 행렬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며칠간 내각을 개편할 것"이라며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후 '급조된' 정부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반란 및 음모 혐의로 구금된 카스티요 전 대통령 석방과 조기 선거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의회 시위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 지지 기반인 농촌 지역을 비롯해 페루 전역으로 확산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이지만, 곳곳에서 거센 시위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공항 시설물 테러, 고속도로 봉쇄, 방화 등 일부 폭력 행위까지 더해지며 최소 22명이 숨지고 500여 명이 다쳤다고 정부 당국은 밝혔다.
쿠스코 공항 폐쇄로 한때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 관광객 5천여 명의 발이 묶였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있었다. 현재는 공항 운영을 재개해 관광객들이 리마나 다른 나라로 조금씩 이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일부 폭력 시위와 사상자 발생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며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그들(사상자)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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