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6일 발생한 의회폭동을 조사해온 미국 하원 1·6 의회난입조사특위가 법무부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처벌을 권고했다.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기존 특검 수사에 의회 기소 의견까지 겹치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특위는 19일(현지시간) 마지막 회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의견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채택하며 지난 18개월 간의 조사를 마무리했다.
하원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우 성향 지지자들이 주동한 1·6 의회난입 사태를 두고 총 10차례의 공개청문회, 1000여명의 증인 인터뷰 등을 실시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내란 선동 ▲의사집행 방해 ▲미국 정부에 대한 사취 공모 ▲허위진술 공모 등 4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공개된 154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에는 "1월6일 사태의 핵심 원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 한 사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잘못된 주장(대선 사기)이 1월6일 폭력사태를 부추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투표 당일 사기를 주장한 것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심 경합주(州) 사법관계자 등을 강압한 사실도 포함됐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란 선동자(insurrectionist)'로 규정하는 문구도 적시됐다.
의회 차원에서 전현직 대통령에 대해 형사처벌 권고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날 결정은 9명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베니 톰슨 특위 위원장은 회의 직후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권고를 이끈 증거들은 매우 명확하다. 법무부가 궁극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그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위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법무부가 기소 의견을 받아들일 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의회 차원에서 전직 대통령의 범죄 사실을 적시하고 형사 처벌 권고를 결정한 것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위는 오는 21일 1·6 의회난입에 관한 최종 보고서도 공개한다. 보고서에는 1000명 이상의 증인 인터뷰 녹취록과 그간 수집된 증거도 포함될 예정이다.
현재 법무부 역시 이와 별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의회폭동 선동 혐의에 대한 특검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특검 수사에도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하원 특위가 기소를 권고한 혐의 중 일부가 특검 수사 내용과도 겹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지 불과 한달여만에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는 사면초가 위기에 몰린 셈이다. 11·8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예상 밖 선전으로 체면을 구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인종차별주의자와의 만찬, 헌정 중단 발언 등으로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대권 잠룡'으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에게 밀리는 모습이 확인된다. CNN은 "이제 공은 법무부로 넘어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화당 내 대표적 ‘트럼프 저격수’인 리즈 체니 의원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도들을 즉각 막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히 직무를 유기했으며, 어떤 공직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공개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극도로 당파적 위원회가 만든 가짜 혐의"라며 "이미 탄핵의 형태로 다뤄져 판결난 상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주도로 진행된 특위 활동 자체가 객관성이 없는 당파적 위원회라는 주장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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