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로 급감했던 러시아 교역량이 반등 조짐을 보이자 미국이 동맹국들을 상대로 제재 존속을 위한 외교 압박에 나섰다. 유럽연합(EU)도 해외에 동결된 러시아 정부와 민간 기업의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하는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법적 절 차 검토에 들어갔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무부·상무부·국무부 등 조 바이든 미 행정부 핵심 관료들이 러시아 제재 압박을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임무는 제재 회피, 러시아로의 군수물자 수송 등과 연계된 기업과 개인 등 네트워크 정보를 공유하고, 제재 참여에 미온적인 국가와 기업에 징벌적 조치를 가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고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전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과 교역 분야에서의 대러 제재가 일부 국가의 미온적 태도와 소극적 집행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제재 완화는 결국 우크라이나 종전만을 늦출 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도국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유지를 공언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성사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방침은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며 동맹국들의 대러 제재 존속을 유도했다.
대러 제재 압박을 위해 미 재무부의 윌리 아데예모 부장관은 이달 초 브뤼셀, 런던, 파리를 방문했고,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테러자금 담당 차관보는 일본을 찾아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고 WSJ은 전했다. 로젠버그 부장관은 지난달 아랍을 방문해 각 대형 은행에 "러시아 자금세탁이 아랍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공식 보고가 있다"며 강력한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WSJ가 자체 집계한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동맹국 중 상당수 국가에서 최대 50% 이상 급감했던 대러 교역량이 최근 바닥이 찍고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지난 2월 개전 이후 잃었던 교역량의 약 3분의 1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에너지 수출 자금을 쥐고 있는 러시아 경제가 서방 제재에도 선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스위스 등이 일부 국가와 기업이 대러 제재의 구멍 역할을 하면서 제재 효과 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ACAMLS)의 러시아 제재 담당 조사관인 조지 볼로신은 "대부분의 기업과 은행들은 러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피하고 있지만, 일부는 이를 기회로 보고 러시아 정부와 협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체코, 스위스 등 EU 비(非)회원국 은행들은 대러 제재에 대한 집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위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80억달러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으나 이 중 30억달러에 대해 동결을 해제했다. 한편 EU도 러시아 제재 강화에 동참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단독 입수한 문서를 인용해 EU 집행위가 서방 제재로 동결된 러정부와 민간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마련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EU 집행위는 자산몰수를 집행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러시아 정부와 올리가르히(러시아의 과두 재벌)의 자산 추적을 시작했다. 몰수액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6400억달러) 중 절반가량인 3000억달러와 EU 제재 목록에 있는 과두 재벌과 개인 자산 일부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롯해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등 일부 EU 정부는 지난 5월 해외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압수해 전쟁 피해 복구에 사용하자는 제안을 내놨고, 지난달부터 법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일각에서는 자산몰수가 법적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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