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집권을 또다시 연장한다.
28일(현지시각) 열린 임기 5년 튀르키예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야권 공동 후보로 나선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비공식 집계 결과가 나왔다. 튀르키예 국영 <아날로두> 통신은 오후 7시17분 현재 투표함 91.55%가 개표된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52.61%를 득표해 47.39%에 그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를 약 5%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야 성향인 <앙카> 통신도 에르도안이 근소한 차이로 클르츠다로을루(49%)를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튀르기예 헌법은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터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으로 최대 10년 더 집권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14일 열린 대선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49.5%(2708만8360표)를 득표해 1위를 했고, 튀르키예 사상 처음으로 6개 야당이 공동 후보로 추대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44.95%로 2위에 그쳤다. 지난 2월 초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만 5만명 넘게 숨지며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상태에서 치른 선거임에도 1위를 차지했다. 더구나 튀르키예에서는 지난해 10월 공식 물가상승률이 85%까지 치솟는 상황이 벌어질 정도로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민족주의 표심을 꼽는 의견이 많다. 에르도안은 쿠르드족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야당인 인민민주당(HDP)이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문제 삼으며 민족주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에 대한 반감을 활용하는 것이다. 보수 성향으로 지난 14일 대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2%로 3위를 기록한 시난 오안 아타(ATA) 동맹 후보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에르도안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13년 동안 공화인민당 당수로 있으면서 한번도 성공적인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이번 대선은 2003년 총리에 오른 이후 총리와 대통령으로 20년간 권력을 유지해 “21세기 술탄”이라고도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 패배 가능성 때문에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선거였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에르도안이 권좌에서 물러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튀르키예의 이런 외교적 행보도 달라질 수 있어 세계적으로도 이번 대선은 주목도가 높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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